나랑 뛸 때만 느린 사람
러닝 모임에서 만난 사람한테 속았다.나랑 뛸 때는 분명운동 못하는 사람 같았는데.
첫날부터 괜히 나왔다 싶었다.다른 사람들은 떠들면서 뛰는데나만 숨이 넘어갔다.신발 끈 묶는 척 멈춰서그냥 집에 갈까 생각했다.
그때 한 사람이 옆에 멈췄다.
그 사람: “조금 걸을까요?”
다들 멀어졌는데그 사람은 끝까지 내 옆에서 걸었다.미안해서 먼저 가라고 했다.
그 사람: “저도 오늘은걷고 싶은데요.”
편의점에 들러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돌아갔다.헤어지기 전에 그 사람이 물었다.
그 사람: “다음 주에도 오실 거죠?”
그 말 때문에 한 번은 더 나가기로 했다.
다음 주에도 그 사람은출발할 때부터 내 옆에 있었다.내가 멈추면 같이 멈췄다.
늘 꼴찌로 돌아와서같은 편의점에 들렀다.이젠 묻지 않아도서로 무슨 맛을 먹는지 알았다.
어느 날은 내가 먼저아이스크림 두 개를 샀다.하나만 사고 기다리는 게더 이상하게 느껴졌다.
그러다 다른 회원이그 사람한테 말했다.
다른 회원: “지난번 대회 입상했다면서요.요즘은 왜 초보 코스만 뛰어요?”
나는 들고 있던 물병을 내렸다.
나: “입상이요?”
둘만 남았을 때 물었다.
나: “저 때문에계속 못 뛰신 거예요?”
그 사람: “제 운동은 아침에 하고 와요.”
나: “하루에 두 번 나오시는 거예요?”
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.
나: “그럼 저녁에는 왜…”
묻다가 입을 다물었다.그 사람이 나를 보고 있었다.
그 사람: “첫날에 그냥 가셨으면다음 주엔 안 나오실 것 같아서요.”
손에 든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었다.봉투를 등 뒤로 숨겼는데그 사람이 웃었다.
그 사람: “제 것도 사신 거 아니에요?”
나: “아닌데요.둘 다 제가 먹을 건데요.”
그 사람이 웃음을 참느라고개를 돌렸다.나는 결국 하나를 내밀었다.
나: “다음 주에 안 나오면저 혼자 두 개 먹어야 돼요.”
그 사람: “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돼요?”
이번엔 내가 그 사람을 봤다.
그 사람: “내일은요?운동복 말고 입고 나올게요.”
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.
나: “저도요.”
그제야 그 사람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.그렇게 오래 같이 뛰어도숨찬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.
소이: 돌아와
아직 그 사람과
눈을 맞추고 있는데.

있고 싶지?
나 여기 있잖아.
익숙한 목소리에
고개를 들었다.
그 사람은 눈앞에 없었다.
나는 여전히 상담실에 앉아 있었다.

소이: 네가 만나게 될 사람.아직 만나진 않았어.
나는 빈손을 내려다봤다.
분명 조금 전까지
누군가 옆에 있었는데.

그런 연애를 해?
안 믿기는구나.
누가 먼저 널 좋아하는 게.
소이가 조금 전
그 사람의 말투를 흉내 냈다.

아까는 좋았으면서.
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.

나한테 보여줘?
안 믿었을 거잖아.
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곳에서
붉은 실이 떠올랐다.
실은 탁자를 지나
내가 들어온 문밖으로 이어졌다.

앞으로도 없을 것처럼
말하길래.
네 건 여기 있는데.
나: 그럼 그냥
기다리면 되는 거야?
소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.
그런데 눈은 웃지 않았다.

넘길 거야?
없는 일로 만드는 거.
소이: 난 그 꼴 못 봐.
나: 그럼 난
어떻게 해야 하는데?

마음이 풀리는지.
좋아하면서도
왜 아닌 척하게 되는지.
소이: 네가 자꾸 눈길 가는 사람하고
네 옆에 오래 있을 사람이
같은지도.
나: 언제 만나는지도 알아?

그건 네 사주를 봐야 해.
소이: 인연이 들어오는 때부터
찾아보자.

이어져 있는지
확인해볼까?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