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진에는 다 찍혀 있었다
친구 결혼식에 같이 가는 날이었다.늘 운동복 차림으로 만나던 남사친이라나도 괜히 신경 써서 나갔다.
걔가 내 얼굴을 보더니잠깐 말이 없었다.그러고는 신발 쪽으로 눈을 내렸다.
그 사람: “그거 신고 걸을 수 있냐?”
예쁘다는 말까진 안 바랐는데그날은 좀 서운했다.
예식장에서도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자꾸 다른 데를 봤다.나만 괜히 꾸미고 왔나 싶었다.
끝나고 나오는 길에는새 구두 때문에 발까지 까졌다.티 안 내려고 걷는데걔가 잠깐 기다리라더니편의점으로 들어갔다.
슬리퍼랑 밴드를 사 왔다.내가 신발을 갈아 신는 동안걔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구두를 봉투에 넣었다.
정장 입고 내 구두 봉투를 든모습이 좀 웃겨서사진 한 장 찍으려고 폰을 꺼냈다.
마침 친구가 단체 사진을 보내왔다.
세 장이었다.나는 세 장 다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.
걔는 세 장 다 나를 보고 있었다.
한 장을 확대했다.옆에 서 있던 나를 보면서이렇게 웃고 있었는지 몰랐다.
나: “너 아까 나 안 쳐다봤잖아.”
그 사람: “봤는데.”
사진을 보여주자 걔가 입을 다물었다.폰을 가져가려길래 손을 뒤로 뺐다.
나: “왜 내가 볼 때는 안 봤어?”
그 사람: “……이렇게 들키니까.”
나: “언제부터?”
그 사람: “너 오늘 꾸미고 오기 전부터.”
장난으로 넘길 줄 알았는데걔는 웃지도 않았다.
나: “그럼 왜 말 안 했어?”
그 사람: “말했다가너랑 이렇게도 못 다닐까 봐.”
나는 사진을 다시 봤다.내가 모르는 얼굴로 웃는 애가거기 세 번이나 찍혀 있었다.
걔가 구두 봉투를 고쳐 들었다.
그 사람: “가자.버스 정류장까지만 데려다줄게.”
먼저 걷는 걔 손을 잡았다.구두 봉투 안 든 쪽 손.
걔가 멈춰 서서잡힌 손과 내 얼굴을 번갈아 봤다.
그 사람: “너 이러면 나 기대해.”
나: “해도 돼.”
내가 손을 조금 풀자걔가 다시 잡았다.이번엔 손가락 사이까지 끼워서.
나: “정류장 말고집 앞까지 같이 가.”
늘 먼저 버스 시간을 확인하던 내가그날은 폰을 꺼내지도 않았다.
소이: 돌아와
아직 그 사람과
눈을 맞추고 있는데.

있고 싶지?
나 여기 있잖아.
익숙한 목소리에
고개를 들었다.
그 사람은 눈앞에 없었다.
나는 여전히 상담실에 앉아 있었다.

소이: 네가 만나게 될 사람.아직 만나진 않았어.
나는 빈손을 내려다봤다.
분명 조금 전까지
누군가 옆에 있었는데.

그런 연애를 해?
안 믿기는구나.
누가 먼저 널 좋아하는 게.
소이가 조금 전
그 사람의 말투를 흉내 냈다.

아까는 좋았으면서.
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.

나한테 보여줘?
안 믿었을 거잖아.
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곳에서
붉은 실이 떠올랐다.
실은 탁자를 지나
내가 들어온 문밖으로 이어졌다.

앞으로도 없을 것처럼
말하길래.
네 건 여기 있는데.
나: 그럼 그냥
기다리면 되는 거야?
소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.
그런데 눈은 웃지 않았다.

넘길 거야?
없는 일로 만드는 거.
소이: 난 그 꼴 못 봐.
나: 그럼 난
어떻게 해야 하는데?

마음이 풀리는지.
좋아하면서도
왜 아닌 척하게 되는지.
소이: 네가 자꾸 눈길 가는 사람하고
네 옆에 오래 있을 사람이
같은지도.
나: 언제 만나는지도 알아?

그건 네 사주를 봐야 해.
소이: 인연이 들어오는 때부터
찾아보자.

이어져 있는지
확인해볼까?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