선 보는 집짧은 연애 이야기
여사친

두고 간 물건을 돌려줬을 뿐인데

여사친한테 자기 물건을 돌려줬다가차일 뻔했다.

사귀지도 않았는데.

식탁에 남겨진 우산, 충전기, 머리끈

걔는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올 때마다뭘 하나씩 두고 갔다.처음엔 우산, 다음엔 충전기.어느 날은 머리끈이 식탁 위에 있었다.

가져가라고 사진을 보내면늘 같은 답이었다.

그 사람: “다음에 갈 때 가져갈게.”

근데 다음에 와서도 안 가져갔다.

남자가 모아 둔 물건을 쇼핑백에 담아 건넨다

그래서 이번엔 하나도 안 잊어버리게쇼핑백에 다 넣어뒀다.밥 먹고 돌아갈 때 건네니까걔가 안을 한참 보더라.

그 사람: “머리끈까지 다 챙겼네.”

나: “응.이제 놓고 간 거 없을걸.”

잘 챙겨줬다고 생각했다.걔 표정을 보기 전까지는.

현관에서 신발을 신다가 멈춘 여자

평소엔 현관에서도 한참 떠들던 애가그날은 신발만 신었다.

나: “왜 그래?”

그 사람: “너는 내가 물건을진짜 맨날 까먹는 줄 알았어?”

나는 쇼핑백을 내려다봤다.

그 사람: “이제 너 보러 오려면뭐라고 해야 되는데.”

우산 찾으러 왔던 날이 생각났다.비가 왔는데얘는 다른 우산을 들고 왔었다.

충전기를 가지러 온 날에도정작 충전기는 내가 쓰라고 했다.

나: “그냥 온다고 하면 되잖아.”

그 사람: “나만 자꾸 보고 싶다고 하는 것 같아서.”

걔가 쇼핑백 손잡이를 고쳐 잡았다.나는 그제야 현관 앞을 막고 섰다.

남자가 식탁 의자를 다시 빼며 여자를 부른다

식탁 의자를 다시 빼놓고 불렀다.

나: “잠깐만.나도 네가 두고 간 거 있어야연락하기 편했어.”

걔가 신발 신던 걸 멈췄다.

나: “맨날 밥 먹었냐고 묻기는좀 그렇잖아.”

그 사람: “그럼 이제 뭐라고 물어볼 건데?”

나: “내일 나 보러 올래?”

걔가 처음으로 웃었다.

그 사람: “밥 안 먹어도?”

나: “응. 그냥 나 보러.”

여자가 쇼핑백을 내려놓고 신발을 다시 벗는다

걔가 쇼핑백을 내려놓고신발을 다시 벗었다.

그 사람: “그럼 오늘은?아직 더 있고 싶은데.”

나: “있어.”

소파에 앉은 걔가바로 옆자리를 손으로 짚었다.평소처럼 한 칸 띄우고 앉으려다가그 옆에 붙어 앉았다.

팔이 닿자 걔가 나를 봤다.이번엔 나도 피하지 않았다.

소파에 어깨와 팔이 닿도록 가까이 앉은 두 사람

소이: 돌아와

아직 그 사람과
눈을 맞추고 있는데.

소이가 의자 옆에 서서 손을 뻗어 독자의 손끝을 건드린다.
소이: 계속 그러고
있고 싶지?
나: ……누구야?
소이: 돌아와.
나 여기 있잖아.

익숙한 목소리에
고개를 들었다.

그 사람은 눈앞에 없었다.
나는 여전히 상담실에 앉아 있었다.

소이가 문가에서 팔을 몸 옆으로 자연스럽게 내리고 상담실 안의 독자를 돌아본다.
나: 방금 그 사람은?

소이: 네가 만나게 될 사람.아직 만나진 않았어.

나는 빈손을 내려다봤다.
분명 조금 전까지
누군가 옆에 있었는데.

소이가 창가에 서서 두 손을 등 뒤로 모은 채 장난스럽게 웃는다.
나: ……나 진짜
그런 연애를 해?
소이: 너는 그게 제일
안 믿기는구나.
누가 먼저 널 좋아하는 게.

소이가 조금 전
그 사람의 말투를 흉내 냈다.

소이가 책상 옆을 걸어오며 손바닥을 펼쳐 말을 건넨다.
소이: 아직 더 있고 싶은데.
나: 그만해.
소이: 왜.
아까는 좋았으면서.

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.

소이의 손이 독자의 펼친 손 위에서 자유롭게 이어진 붉은 실을 들어 올린다.
나: 이걸 왜
나한테 보여줘?
소이: 말로만 해주면
안 믿었을 거잖아.

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곳에서
붉은 실이 떠올랐다.

실은 탁자를 지나
내가 들어온 문밖으로 이어졌다.

소이가 일어서서 문 쪽으로 이어지는 붉은 실을 따라 팔을 높이 뻗는다.
소이: 지금 아무도 없다고
앞으로도 없을 것처럼
말하길래.
소이: 봐.
네 건 여기 있는데.

나: 그럼 그냥
기다리면 되는 거야?

소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.
그런데 눈은 웃지 않았다.

소이가 일어선 채 두 팔을 낮게 벌려 붉은 실을 든다. 입은 웃고 있지만 붉게 빛나는 눈은 차갑게 굳어 있다.
소이: 또 그냥 친절한 거라고
넘길 거야?
소이: 둘이 서로 좋아하면서
없는 일로 만드는 거.

소이: 난 그 꼴 못 봐.

나: 그럼 난
어떻게 해야 하는데?

소이가 종이를 들고 의자 등받이를 잡아 독자 옆으로 돌려 놓는다.
소이: 그걸 같이 보자는 거야.
소이: 넌 어떤 사람 앞에서
마음이 풀리는지.
좋아하면서도
왜 아닌 척하게 되는지.

소이: 네가 자꾸 눈길 가는 사람하고
네 옆에 오래 있을 사람이
같은지도.

나: 언제 만나는지도 알아?

소이가 서서 독자에게 상담 종이를 건네고 다른 손에는 펜을 들고 있다.
소이: 실만 봐서는 몰라.
그건 네 사주를 봐야 해.

소이: 인연이 들어오는 때부터
찾아보자.

소이가 독자를 똑바로 바라본다. 적갈색 눈이 선명한 붉은 안광으로 변한다.
소이: 너 누구랑
이어져 있는지
확인해볼까?
선 보는 집 처음부터 다시 읽기 ↑ 소이와 이 이야기는 창작입니다. 개인 연애 기록 구성과 풀이 기준